2004년부터 한국에서 막대한 돈을 벌어들인 구글의 한국법인 구글코리아가 지난해 과세당국에 신고한 것에 비해 최대 30배의 매출을 올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따른 적정 법인세는 실제 납세 금액의 최대 26배에 달한다. 학계에선 구글을 비롯한 외국계 플랫폼 기업에 대해 공정한 조세 정책을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재무관리학회가 지난 4일 서울대에서 진행한 '외국계 플랫폼 기업의 국내 매출 및 법인세 추정' 세미나에서는 우리나라에 진출한 외국계 빅테크 기업에 대한 공정 과세 및 우리나라 정부의 조세 정책과 관련된 이슈가 논의됐다.
강형구 한양대 경영학 교수는 주제 발표에서 '글로벌 플랫폼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 연구: 구글 매출 추정 및 세원잠식 사례연구를 중심으로'란 논문을 공개했다. 이 논문은 구글코리아의 2021년 감사보고서에 근거해 구글코리아의 매출 및 법인세를 추정한 것이다. 강 교수가 이 논문에서 밝힌 2022년 구글코리아의 매출 및 법인세 추정치에는 같은해 IT 산업 성장률(3.3%), 국내 경제 성장률(2.6%), 구글코리아의 영업수익 성장률(17.96%) 등 총 3가지 시나리오를 반영했다.
강 교수는 "구글코리아의 2022년 매출액은 3449억원이라는 감사보고서 수치의 최대 30배인 10조5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한국 정부에 납부해야 할 법인세 역시 최대 4420억원으로 추정돼 실제 납부한 169억원의 26배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같이 추정한 구글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액은 국내 최대 IT 기업인 네이버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8조2201억원을 뛰어넘고, 적정 법인세는 카카오의 지난해 납부액 2418억원을 훌쩍 넘는다. 강 교수는 "구글코리아의 매출 및 법인세는 우리나라 최대 플랫폼 기업 이상인데 감사보고서상으론 중소기업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토론자들은 "외국계 공룡 플랫폼 기업에 대한 조세 정의 실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국내 토종 플랫폼 기업이 불공정한 경쟁에 놓여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우진 서울대 경영학 교수는 "구글의 국내 영향력은 국내의 어떠한 IT 기업보다도 크지만, 국내에서 얼마나 버는지조차 제대로 파악이 안 되고 있다"며 "규제를 논하기에 앞서 시장에 대한 파악은 기본인데, 이것이 안 되고 있음을 이번 연구는 간명하게 보여준다"고 말했다.
유병준 서울대 경영학 교수는 "유튜브·검색엔진 등 구글코리아의 주요 사업은 이미 시장점유율 측면에서 국내 기업을 압도한다"며 "조세 정의 실현을 통해 경제 질서를 제대로 수립해야 국내 플랫폼 기업과의 공정 경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 교수 역시 "정부가 국내 플랫폼 산업의 경제 질서를 조속히 수립하지 않는다면 불공정한 경쟁에 놓일 국내 플랫폼 기업은 잠식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